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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섬들이 속삭이는 멜로디! 발리와 류큐의 신비로운 음악 여행

by warmsteps 2025.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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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와 류큐 음악의 연결 관련 그림

 

인도네시아의 발리와 일본의 오키나와(류큐)라는, 멀리 떨어진 두 섬나라의 음악에 놀라운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 두 섬은 서로 다른 문화권에 속해 있지만, 음악이라는 공통된 언어를 통해 깊이 있는 문화적 유사성을 보여줍니다. 특히 두 지역의 전통음악에서 사용되는 고대 음계는 구조적, 정서적 측면에서 놀라운 연결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발리의 슬렌드로(Slendro),·펠로그(Pelog) 음계와 류큐의 전통 음계가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이들이 각각의 문화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알아보기로 합니다.

발리의 가뮤란 – 소리로 빚어낸 영적인 세계

발리 전통음악의 중심에는 가뮤란이라는 독특한 금속 타악기 중심의 앙상블이 있습니다. 이 가뮤란 음악은 크게 두 가지 음계 시스템으로 나뉘는데, 바로 슬렌드로(Slendro)와 펠로그(Pelog)입니다. 슬렌드로는 5음으로 구성된 음계이며, 각 음 간 간격이 고르지 않고 균등하지 않아 몽환적이고 긴장감 있는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펠로그는 7음 기반이지만 실질적으로는 5음 위주로 연주되며, 슬렌드로보다 더욱 섬세하고 감정적인 표현에 적합합니다. 이러한 음계 시스템은 고대 인도 문화, 힌두교, 불교, 그리고 자와 문화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으로, 단순한 음의 조합이 아니라 종교적 상징성과 공동체 정신이 함께 녹아든 구조입니다. 발리에서는 음악이 단순한 예술의 형태를 넘어서 의식, 제례, 공동체 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음계는 특정 신에게 바치는 소리, 또는 의식 중 공간과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여겨졌습니다. 가뮤란의 음계는 정해진 절대적 기준이 없으며, 제작된 악기마다 조율 방식이 달라 ‘정확한 음높이’보다는 ‘고유한 음색’과 ‘조화’를 중시하는 문화적 특성이 두드러집니다. 이는 음악을 감정적, 정서적 도구로 바라보는 동남아 특유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류큐의 전통음악 – 잔잔한 파도 같은 위로의 선율 

류큐 왕국, 즉 현재의 오키나와 지역에서는 일본 본토와는 구별되는 독자적인 전통음계가 발달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류큐음계’이며, 이는 일반적인 펜타토닉(5음) 스케일을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특정 음을 제거하거나 강조하는 방식으로 독특한 감성을 만들어냅니다. 류큐음계는 주로 산신(三線)이라는 전통 현악기를 통해 표현되며, 따뜻하고 잔잔한 멜로디 속에 사람들의 정서와 자연과의 교감을 담고 있습니다. 이 음계는 중국, 동남아, 일본 본토 등 다양한 지역과의 해상교류를 통해 영향을 받았으나, 류큐 고유의 환경과 생활방식 속에서 독립적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전쟁, 고립, 자연재해 등의 역사적 경험은 이 지역 사람들의 감정 표현 방식에 깊이 스며들었으며, 이는 음악의 음계 구조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예를 들어, 류큐 민요에서는 감정을 크게 드러내기보다는 잔잔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서사를 전달합니다. 이때 음계의 단순함은 오히려 감정의 깊이를 더하는 역할을 하며, 이는 발리의 슬렌드로가 추구하는 정서적 일관성과도 유사한 지점을 공유합니다. 또한, 류큐음계 역시 특정 기준음에 집착하지 않고 ‘공명감’과 ‘자연스러운 흐름’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발리의 가뮤란 음악이 가지는 음계적 유연성과 매우 닮아 있습니다.

두 음계가 보여주는 문화 간 연결고리

발리와 류큐는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두 지역의 고대 음계는 공통적으로 단순하면서도 정서적인 멜로디 구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음악적 유사성에 그치지 않고, 문화적·철학적 배경이 놀랍도록 비슷하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첫째, 두 지역 모두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문화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외부 영향과 독립성을 동시에 경험하게 만들며, 음악 역시 지역 중심의 공동체적, 정서적 특성을 강하게 반영하게 됩니다. 둘째, 양 지역 모두 음계를 절대적인 시스템이 아닌 '정서의 도구'로 바라봅니다. 서양 음악이 과학적 조율과 구조적 하모니에 집중한다면, 발리와 류큐는 조화와 울림, 감정의 일관성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셋째, 두 지역의 전통음계는 종교, 제례, 공동체 의식과 깊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이는 음계가 단순한 음악적 수단이 아니라, 삶의 리듬과 세계관을 전달하는 상징적 매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합니다. 넷째, 두 지역 모두 근현대에 이르러 전통음계를 현대음악과 융합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전통적 음계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러한 유사성은 단순히 문화의 우연적 일치가 아니라, 고대 인류가 감정과 자연을 소리로 풀어내는 데 있어 공통된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발리와 류큐의 전통음계는 음 높이의 조합을 넘어, 그 지역 사람들의 세계관, 자연 인식, 공동체 의식이 투영된 문화의 집약체입니다. 두 지역은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고대 음계라는 틀 안에서 놀라운 문화적 공통점을 보여줍니다. 음악을 통해 우리는 지역 간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으며, 전통음계는 그 연결고리를 설명해 주는 문화의 지도와도 같습니다. 전통음악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음악 감상이 아니라, 인류의 감성적 DNA를 해독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다음에 이 두 섬의 음악을 들을 기회가 생긴다면, 그 속에서 느껴지는 낯설고도 익숙한 감동을 만끽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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