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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침묵은 범죄다" — 베니스의 물결 위로 흐르는 붉은 선률, 루이지 노노

by warmsteps 2026.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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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지 노노의 '서스펜스 있는 노래' 관련 그림

 

 

이탈리아 현대음악의 중심인물 중 한 명인 루이지 노노(Luigi Nono)는 20세기 중후반 유럽 음악사의 중요한 전환점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 작곡가입니다. 특히 그의 작품 ‘서스펜스 있는 노래(Canzone sospesa)’는 정치적 메시지와 실험적인 전위음악 기법이 조화를 이루는 대표적인 곡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베니스 출신으로서 이탈리아 특유의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음악적으로 풀어낸 노노는 좌파적 세계관을 토대로 인류의 고통, 억압, 자유를 노래한 작곡가였습니다. 본 글에서는 그의 음악 세계를 세 가지 키워드인 ‘베니스’, ‘전위음악’, ‘좌파정신’을 통해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베니스, 물의 도시에서 피어난 공간의 미학

루이지 노노는 1924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태어났습니다. 베니스는 오랜 역사와 예술적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도시로, 중세부터 르네상스까지 이탈리아 문예 부흥의 중심지였습니다. 이러한 도시에서 성장한 노노는 어릴 때부터 음악과 예술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었으며, 이는 그가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노노의 작품에서는 베니스 특유의 감성, 구조미, 공간 활용이 묻어나는데, 특히 그가 추구한 공간적 사운드와 음향 설치적 구성은 베니스의 수로와 건축물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또한 베니스는 역사적으로 공화주의적 성격과 상업 중심 도시라는 이중적 성격을 지니고 있었는데, 노노는 이를 사회적 해석으로 확장시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과 개인의 자유, 연대 의식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는 “도시의 소리가 나의 음악이 되었다”라고 말할 만큼, 베니스는 그에게 단순한 고향이 아닌 창작의 토대였습니다. 나아가 베니스 출신이라는 지역성이 그의 좌파 성향과 국제적 연대 의식으로 연결된 점도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입니다.

전위음악, 시대의 비극을 기록하는 '서스펜스'

루이지 노노의 작품세계는 명확히 전위음악(Avant-garde Music)으로 분류됩니다. 특히 ‘서스펜스 있는 노래(Canzone sospesa, 1956)’는 그의 초기 대표작으로서, 음악적 실험성과 정치적 메시지를 강하게 드러낸 최고의 걸입니다.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처형되었던 저항자들의 유언을 가사로 삼아, 억압과 고통, 희망을 동시에 전달합니다. 그는 단순한 애도나 감상적인 접근을 배제하고, 청중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지는 방식으로 작곡했습니다.

 

이 곡은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결합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불협화음과 긴장감을 유발하는 음계, 다양한 텍스처의 중첩을 통해 전율을 자아냅니다. 특히 후반부에서 등장하는 반복적 음형은 일종의 “음악적 공포감”을 전달하며, 이는 단순한 음악 감상을 넘어서서 청중에게 사회적,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노노는 “서스펜스”를 음악적 기법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긴장 상태로 해석하며, 이를 사운드로 구현해 냈습니다.

 

또한, 그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전통 악기의 결합을 시도하며,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구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서스펜스 있는 노래’는 그러한 실험적 정신과 메시지 전달이라는 두 가지 축을 완벽하게 결합시킨 작품으로, 현재까지도 현대음악계에서 큰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좌파정신, 소외된 이들을 위한 저항의 울림

루이지 노노의 여정 관련 그림

 

루이지 노노는 음악과 정치가 별개일 수 없다고 확신한 작곡가였습니다. 그는 공산당원으로 활동했으며, 음악을 통해 억압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성향은 그의 많은 작품에서 강하게 드러나며, 그가 작곡한 대부분의 곡은 특정한 사회적 맥락이나 정치적 사건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서스펜스 있는 노래’ 역시 단순한 음악 작품이 아니라, 정치적 선언문에 가까운 곡입니다. 이 곡에 담긴 유언들은 실제로 반파시스트 저항자들이 남긴 마지막 말들로, 노노는 이를 음악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역사적 기억을 예술로 승화시켰습니다. 그는 “침묵은 범죄다”라는 말을 자주 했으며, 음악을 통해 진실을 외치는 것을 자신의 사명이라 여겼습니다.

 

그의 좌파정신은 단순히 정치 성향을 넘어, 음악의 기능 자체에 대한 재해석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음악을 권력에 대한 저항 수단으로 사용했으며, 이를 위해 청중에게 도전적이고 불편한 감정을 유발하는 사운드를 즐겨 사용했습니다. 또한 노동자, 여성,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현실을 음악 속에 녹여냈으며, 이를 통해 청중이 예술을 통해 사회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효과를 추구했습니다.

마치며: 참여와 인식을 위한 초대

루이지 노노는 음악으로 철학을 하고, 소리로 정치를 했던 현대음악의 거장이었습니다. 베니스라는 공간에서 출발해 전위적인 기법으로 다듬어진 그의 음악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를 지니고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베니스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전위음악의 실험성과 좌파정신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그는, ‘서스펜스 있는 노래’와 같은 작품을 통해 청중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노노의 음악은 단순한 감상이 아닌 참여와 인식의 도구로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의 음악은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그리고 우리의 삶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노노가 남긴 뜨거운 메시지를 더 깊이 느끼고 싶다면, 오늘 그의 대표작을 직접 감상하며 가사 한 줄 한 줄에 담긴 그들의 삶과 용기를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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