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클래식감상법25 쇤베르크는 왜 조성을 버렸을까? 12음 기법이 탄생한 이유 우리가 익숙하게 듣는 클래식 음악에는 대체로 음악의 중심이 되는 음이 있습니다. 선율이 멀리 움직이고 화음이 복잡하게 바뀌더라도, 어느 순간 익숙한 중심으로 돌아오면 음악이 안정되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을 때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이러한 흐름은 서양 음악의 조성 체계와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중심을 분명하게 드러내지 않는 음악이 본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익숙한 화음의 진행을 예상하기 어렵고, 음악이 어디로 향하는지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작품들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 오스트리아 출신 작곡가 아르놀트 쇤베르크(Arnold Schoenberg, 1874~1951)였습니다. 쇤베르크는 조성 중심의 .. 2026. 10. 31. 열두 달을 피아노로 기록한 작곡가|파니 헨젤 〈일 년〉의 발견 한 해를 돌아볼 때 우리는 무엇을 먼저 떠올릴까요? 달력에 적힌 날짜보다 어느 봄날의 공기, 분주했던 여름,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혔던 가을 저녁이 먼저 생각날지도 모릅니다. 같은 열두 달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출발의 시간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래된 기억을 다시 만나는 시간이 됩니다. 파니 헨젤의 피아노곡집 〈일 년〉은 이러한 시간의 여러 표정을 음악으로 펼쳐 보이는 작품입니다. 1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지는 열두 곡과 마지막 후주 안에는 노래와 춤, 빠르게 움직이는 음들과 차분한 화음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계절의 풍경을 상상하며 들어도 좋지만, 조금 더 귀를 기울이면 한 작곡가가 시간을 어떻게 느끼고 구성했는지까지 발견하게 됩니다.‘멘델스존의 누나’라는 소개 너머의 작곡가파니 헨젤은 1805년에 .. 2026. 10. 29. 바이올린 한 대로 어디까지 깊어질 수 있을까|비버 〈파사칼리아〉 반주 없이 바이올린 한 대가 연주를 시작합니다. 낮은 음역에서 네 음이 차례로 내려오고, 같은 걸음이 다시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조금 쓸쓸하고 단순한 음악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그 반복 위로 선율이 생겨나고, 화음이 울리며, 빠른 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어느새 혼자 연주한다는 사실을 잊게 됩니다. 하인리히 이그나츠 프란츠 비버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사칼리아〉는 악기의 수와 음악의 깊이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바이올린 한 대가 선율을 노래하면서 동시에 음악의 바탕을 만들고, 짧은 반복 안에서 긴 호흡을 이끌어 갑니다. 화려한 기교도 등장하지만, 듣고 난 뒤 오래 남는 것은 빠른 손놀림보다 되돌아오는 네 음의 무게입니다.열다섯 소나타 뒤에 홀로 남은 바이올린비버는 1644년에 태어나.. 2026. 10. 28. 세 음이 되풀이될 뿐인데 풍경이 달라진다|마랭 마레 〈생트주느비에브 성당의 종소리〉 같은 소리가 계속 들리는데도 음악은 조금씩 다른 표정을 짓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반복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그 위로 새로운 선율이 지나가고, 악기들의 움직임이 촘촘해지며, 익숙했던 울림까지 낯설게 느껴집니다. 마랭 마레의 〈생트주느비에브 성당의 종소리〉는 이렇게 작은 재료로 풍부한 변화를 만들어 내는 바로크 음악의 매력을 보여 주는 작품입니다. 이 음악의 중심에는 세 음으로 이루어진 반복형이 있습니다. 그러나 작품 전체가 세 음만으로 되어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되풀이되는 바탕 위에서 바이올린과 비올라 다 감바가 노래하고 움직이며, 클라브생이 화음과 리듬을 받칩니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기 때문에 달라지는 것이 더욱 잘 들립니다. 이 작품의 감상은 바로 그 두 층을 함께 듣는 데서 시작됩니다.파.. 2026. 10. 27.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또 다른 얼굴|〈메타모르포젠〉, 현악기가 건네는 긴 독백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음악을 떠올리면 먼저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만들어 내는 눈부신 소리가 생각납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장엄한 시작이나 〈알프스 교향곡〉의 광대한 풍경처럼, 그는 악기들의 색채를 조합해 귀 앞에 하나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작곡가였습니다. 그런데 그의 후기 작품 가운데에는 그 화려한 세계에서 한 걸음 물러나, 현악기만으로 깊은 사색을 이어가는 음악이 있습니다. 〈메타모르포젠〉은 그러한 슈트라우스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 줍니다. 관악기의 찬란한 울림도, 타악기의 극적인 충격도 없습니다. 대신 서로 다른 길을 걷는 현악기의 선율들이 겹쳐지고 흩어지면서, 쉽게 끝나지 않는 하나의 생각을 만들어 냅니다. 이 작품을 긴 독백에 비유할 수 있다면, 그것은 한 목소리가 홀로 말해서가 아.. 2026. 10. 26. 모차르트의 낯선 얼굴|〈아다지오 나단조 K.540〉에 담긴 어둠과 고독 모차르트의 음악을 떠올리면 경쾌하게 움직이는 피아노 선율이나 우아한 현악기의 대화, 밝고 생기 넘치는 오페라의 한 장면이 먼저 생각납니다. 그의 음악에는 복잡한 감정조차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듯한 가벼움과 균형감이 있으며, 이러한 특징 때문에 우리는 모차르트를 밝고 우아한 음악의 대명사처럼 기억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의 작품 세계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익숙한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른 표정도 발견하게 됩니다. 특히 피아노 독주곡 〈아다지오 나단조 K.540〉는 모차르트가 얼마나 깊고 어두운 음악적 세계를 표현할 수 있었는지 보여 주는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이 곡은 화려한 기교로 듣는 사람을 압도하지도 않고, 쉽게 기억할 만한 아름다운 선율을 앞세우지도 않습니다. 대신 무겁게 울리는 화음과 조심스럽게 이어.. 2026. 10. 21. 이전 1 2 3 4 5 다음